2019. 1. 30 11:27AM

정림학생건축상 2019 1차 심사평


'지.옥.고.'로 대변되는 청년주거의 230여 개의 스토리를 보고 있으니 안쓰럽기도 했지만,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장소들을 찾아 희망을 그려가는 모습이 기성세대 입장에서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건축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적어도 시작점에서는 미래에 벌어질 좋은 일, '희망'을 사람들 사이에 공유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심사하는 과정이 뿌듯하고 보람찼습니다. 참가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고마움과 별개로 '청년주거의 적정기술'이라는 주제와 맞지 않은 응모작들은 그 노력과 완성도와 관계없이 제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탈락시킨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시나리오상 거주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즉 나이대, 결혼 여부, 직장인, 자영업자, 세대 등으로 일반화시킨 경우는 선정에서 제외했습니다. 우리는 이 공모전의 이야기를 사회 전반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주거공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사이트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제외했습니다. 어떤 안들은 기존 집들이 있는 도시 블록을 통째로 사이트로 삼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설득해서 하나의 단지로 개발하는 일은 매우 많은 시간과 큰 비용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또는 실제로 건물을 세울 수 없는 땅(공원이나 도로 위)을 제안한 안들도 제외했습니다. 사이트 선정은 단순히 집을 짓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프로젝트의 성격이 미리 어느 정도 결정짓는 건축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셋째, 청년주거의 절박함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솔직한 조건과 해법을 찾아본다는 이번 학생건축상의 취지에 비춰 보았을 때, '청년주거'라는 주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응모작들을 제외했습니다. 그중에는 표현된 건축적 공간이 근사하여 여러 번 눈길이 가는 것들도 있었고, 내용을 살펴보면 잘 만들어진 민간 부동산 사업계획서를 보는 느낌이 드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소 표현이 거칠더라도 진정성 있는 자신의 주거공간과 형식을 고민하는 것이 이번 학생건축상의 주제임을 상기해주시기 바랍니다.
 
1차 제출안을 통해 우리는 청년주거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건축적인 완성도가 이미 높은 수준에 이른 안들도 있었고,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건축적인 해법으로 어떻게 발전될지 무척 기대되는 안들도 있었습니다. 이번 1차 심사를 통과한 응모작들은, 자신의 주거문제를 이야기하고 있고, 적절한 사이트를 선택했고, 그 제안이 어떤 관계를 건축 내부에서 외부로 형성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1차 통과한 분들은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건축적으로 발전시킬지 고민해주십시오. 여러분의 이야기가 어떻게 건축화될지 매우 궁금합니다.
 
- 심사위원 전숙희, 장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