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도변경은 건물이나 토지의 현재 정해진 쓰임을 다른 쓰임으로 바꾸는 행위이다. 건축물의 경우 지정된 기존 공간의 용도를 수정해 건물을 고쳐 새로운 활동을 담아내고, 도시 차원에서는 한 지역이 맡아온 계획을 수정하며 동네의 모습을 재정의하는 개입으로 나타난다.
오늘날의 용도변경은 도시를 재구성할 때 빈번하게 등장한다. 도시가 무한한 확장을 멈추고 저성장과 인구 감소 등 다양한 변화를 마주한 지금, 공간의 쓰임을 새롭게 맞추는 일은 전방위적으로 일어난다. 공장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사무실이 주거로 쓰이거나, 백 년 가옥이 카페로 바뀌는 시도까지, 제도가 정한 경계와 삶이 요구하는 현실 사이의 조율 속에서 이러한 개입은 단순한 기능 전환을 넘어 새로운 경제적·사회적 순환 구조를 재구성한다.
이렇게 당연하게 여겨 온 ‘용도변경’이라는 제도적 언어는, 근대적 도시계획의 합리적 구획이 마모되고 균열을 일으키는 지점에서 태어난 생존 방식이자 도시의 자정 작용에 가깝다. 과거에 도시는 철저한 합리주의와 기능주의를 바탕으로 도시를 구획하고(zoning), 각 공간에 단일한 목적을 부여해왔다. 안전, 위생, 방역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도시계획은 주거, 상업, 공업 등 ‘용도’를 엄격하게 분리하여 질서를 구축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도시의 성쇠와 삶의 양상은 고정된 기능의 배치를 비껴가기 시작했다. 계획이 상상하지 못한 틈새와 공백이 확장되고, 경직된 제도적 틀이 도시의 역동성을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변경’이라는 개입이 도시의 모순을 봉합하는 필연적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 안에서 정림학생건축상 2027은 단순히 기능을 바꾸는 기술적 개조를 넘어, ‘용도’와 ‘변경’이라는 건축의 근본적인 전제를 새롭게 발견하고 확장하는 자리다. 진정 용도란, 변경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미 렘 콜하스는 『정신착란증의 뉴욕』(Delirious New York)을 통해 하나의 건물 안에서 프로그램들이 충돌하고 교차하며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맨해튼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근대 도시가 상정했던 효율적으로 분리된 기능과 순수한 단일 용도는 실제 도시에서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지속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콜하스는 현대 도시의 가장 보편적인 건물 형식을 ‘기준층’(typical plan)이라 부른다. 그것은 “바닥, 코어, 둘레, 최소한의 기둥”만으로 이루어진 가능한 한 비어 있는 평면이다. 공간은 특정 프로그램을 위해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전제로 어떤 프로그램이든 수용할 수 있도록 비워진다. 실제로 동일한 층고와 구조, 동일한 설비 코어를 가진 건물에 치킨집이 들어오든, 스타트업 사무실이 들어오든, 공간의 물리적 조건은 거의 미비하다. 내용을 통해 형태를 규정하려 했던 모더니즘의 공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법과 제도는 여전히 ‘9개의 시설군’이라는 분류 체계를 유지한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 도시에서 용도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순간은 공간을 설명할 때가 아니라 규제를 우회할 때라는 사실이다. 오피스텔, 레지던스, 지식산업센터와 같은 건축 유형은 법적 용도와 실제 사용 사이의 간극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때 비로소 경제성이 확보된다. 용도는 공간의 실질적인 성격을 설명하는 개념이라기보다 세금, 대출, 주차 기준, 각종 규제를 조정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 기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간의 기능을 정의하는 건축적 개념이 금융과 행정의 변수로 전환된 것이다.
그렇다면 용도라는 개념은 애초에 성립 가능한가. 여전히 공간의 본질을 설명하는 개념인가, 아니면 최소한의 안전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 단위에 머물러야 하는가. 혹은 용도는 언제나 변경 이전의 잠정적 상태, 다음 변경을 기다리는 하나의 정지 화면에 불과한가.
‘용도’가 고정성과 영속성을 전제로 성립하는 개념이라면, ‘변경’은 그 전제가 애초에 불안정했음을 증명한다.
행정적으로 ‘변경’은 건축물의 용도를 다른 용도로 전환하기 위해 관할 기관에 신고하거나 허가받는 절차이며, 절차가 완료되면 해당 건축물은 다시 변경 신청하기 전까지 그 용도를 유지한다고 간주된다. 여기엔 안정된 용도 A에서 일회적인 사건을 거쳐 또 다른 안정된 용도 B로 이동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즉 제도는 ‘변경’을 두 개의 고정된 상태 사이에 잠시 발생하는 예외로 취급한다. 공장이 문을 닫은 뒤 갤러리가 들어오고, 오천 원 백반집이 폐업한 자리에 육천 원 카페가 들어오는 식이다. 그러나 모든 변경이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건축물이 처음부터 여러 차례 바뀔 것을 예상하고 만들어진다면, 변경은 사후적인 처방이 아니라 최초의 설계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건축은 특정 용도를 완성하는 대신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준비할 수 있는가. 하나의 공간이 학교에서 주거로, 다시 업무시설로 바뀔 것을 전제로 구조와 층고, 설비와 동선을 계획할 수 있을까. 이때 설계의 대상은 현재의 용도가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과 난이도, 비용과 시간이 된다. 변경이 예외가 아니라 상수라면, 우리는 변경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변경의 기간과 규모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어떤 용도는 수십 년 동안 유지되지만, 어떤 용도는 몇 달, 며칠, 몇 시간만 지속된다. 같은 공간이 낮에는 사무실이고 밤에는 교육장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변경은 건물 전체가 아니라 방 하나, 한 층, 하나의 설비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하나의 사용은 얼마나 오래 지속되어야 하나의 용도로 인정될 수 있는가. 용도에도 수명이나 반감기가 존재하는가. 변경이 일회적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속된다면, 즉, 변경 그 자체가 일종의 ‘프로그램’, 혹은 ‘용도’라면, 변경을 어떻게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가?
이번 공모에선 무엇이 무엇으로 바뀌는가를 묻기보단 변경 그 자체의 맥락을 재정의해보려 한다. 변경은 처음부터 계획될 수 있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어느 규모에서 일어나는가. 건축은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을 넘어, 변화하는 방식 자체를 설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가.
제로투엔 대표. 건축가이자 디벨로퍼로 활동합니다. 작품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건축계획을 연구해왔으며, 건축을 문화의 관점 뿐 아니라 산업의 관점에서 가능성을 바라봅니다. zero-to-n.com
하이퍼스팬드럴 대표. 하이퍼스팬드럴은 건축계에 새로이 제시하는 필수 개념이자 일종의 ✨무브먼트✨ 입니다. 이 혁신적인(!) 개념은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산물과 (쓸모 없어 보이는) 주변적 행위 그차제를 하나의 서브컬처로 재해석 하려는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건축계의 모든 성공과 실패, 엉터리와 낭비를 예술로 (둔갑) 승화시키며, 건축계의 숨겨진 면모를 색다른 시선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hyperspandrel.com
노말건축사사무소 소장. 일상적 환경과 공간의 맥락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사람과 공간, 도시와 건축 사이의 관계를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익숙한 질서와 관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배경과 조건을 다시 살피고, 서로 다른 시간과 환경, 삶의 방식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공간적 가능성을 찾고자 합니다. no-mal.com
이번 공모는 오늘날 도시와 건축에서 ‘용도’와 ‘변경’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조사하고, 기존의 A에서 B로 전환되는 과정에 관한 문제의식을 체계화한 뒤, 이에 대한 새로운 건축적 대안으로서 C를 제안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인 용도변경이 ‘A’에서 ‘B’로 가는 사건이라면, 이번 공모는 A가 B로 바뀌는 그 ‘변경’ 자체를 다뤄보려 한다. 용도 A와 용도 B 사이에 존재하는 세 번째 용도, C를 설계한다. 여기서 C는 단순히 A와 B 사이에 잠시 작동하는 임시 용도에 한정되지 않는다. C는 A의 잔여도 B의 전조도 아닌, 전환이라는 사건 자체가 갖는 독립된 지속시간, 법적 지위, 물리적 형식을 가진 하나의 용도라고 간주해본다. 이 용도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형태와 형식에 대한 구체성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제도는 변경을 순간의 사건으로, 두 개의 고정된 상태 사이에 잠시 발생하는 예외로 취급해왔다. 예를 들어 공장이 문을 닫고, 얼마간의 공백 후, 갤러리가 들어온다. 제도는 그 공백을 상태로 등재하지 않는다. 이번 공모는 그 공백에 이름과 형식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그것은 새로운 용도일 수도 있고, 기존 용도가 발전한 형태일 수도 있으며, 변경의 기간과 규모, 방식을 새롭게 설정하는 제안일 수도 있다.
건축법상 29개 용도, 9개 시설군 중 하나를 골라 A와 B로 삼는다. 혹은 21개 용도지역 중 하나를 선택해 도시 스케일의 A→B를 설정해도 좋다. 이 경우 개입 대상은 필지 단위로 특정한다.
A와 B를 고르는 기준은 하나다. 실제로 이 도시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전환이어야 한다. 공장→문화공간, 사무실→주거, 백 년 가옥→카페처럼. 상상이 아니라 조사에서 출발한다.
A에서 B로 넘어갈 때 실제로 무엇이 비어 있(었)는지 조사한다. 이 간극에 대한 조사는 다음 질문 중 하나 이상을 실마리로 삼되, 제출자의 시각을 담은 질문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사에서 드러난 간극을 봉합하지 않고, 그 간극 자체에 형식을 준다. C는 다음 네 가지 축으로 규정된다.
이 네 축의 조합이 곧 프로젝트의 골격이 된다. 무엇이 무엇으로 바뀌는가가 아니라, 그 사이에서 무엇이 얼마나 오래, 어떤 자격으로,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가를 증명하는 것이 이번 설계의 핵심이다.
선택한 시설군 혹은 용도지역과 관련된 실제 장소를 자유롭게 선정한다. 설계 개입의 구체적 스케일은 필지 단위로 한정하며, 해당 용도가 작동하는 더 큰 맥락(블록, 지구, 지역)은 다이어그램이나 조사 자료로 함께 제시한다.
*아래 내용을 포함하여 하나의 PDF 파일(A3 포맷, 가로방향, 총 슬라이드 20장 이내(표지, 목차 제외))로 제출한다.
*내용 구성과 표현 방식은 정해진 형식과 분량 안에서 자유롭게 구성한다.
1. A→B
2.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