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바뀌고 기술은 진화합니다. 우리가 배워왔던 역사 안에서 공간은 결국 시대의 가치를 반영하며 새로운 양식과 이즘을 만들어왔습니다. 지금의 시대를 한 단어로 정의하면 단연코 ‘초개인화’의 시대일 것입니다. 이런 때에 여러분이 보여줄 여행의 공간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공명을 일으키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여러분은 그 변곡점에 선 세대이자 누구보다 큰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그러니 도전적인 모습과 더불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너무나 설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최근에 화두를 던진다면 모바일, 5G, 빅데이터, 블록체인, 네트워크 빅뱅으로 인한 4차 산업 혁명에 따른 ‘초개인화’ 시대의 도래입니다. 개개인의 취향과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전 분야에 걸쳐 정보의 큐레이션, 서비스의 커스텀화, AI를 통한 즉각적 반응 등 새로운 관계 맺음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초개인화 시대엔 정답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중심엔 반드시 내가 있고, 나의 취향이 있으며, 스스로 만족할 때 공간의 존립이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기만족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 그 감각이 전달될 때 큰 영향력이 만들어집니다. 최근 하나의 장르가 된 공간, ‘스테이(Stay)’는 분명 초개인화 시대에 또 다른 나를 표현하는 상품이자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소비재로써 작용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를 통해 누군가는 공간을 거래함으로써 부를 축적할 수도 있겠지만, 건축가에겐 자신의 존재와 작업의 이유를 작품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화성에 갈 우주선을 만들고,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소유의 관점이 바뀌며, 초고속 통신망 환경이 시시각각 진보하는 지금, 기술의 진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래적 상상력’이라는 하나의 공모전 주제를 던질 수 있었겠지만, 심사위원 노경록, 박중현 대표와 함께 토의하는 과정에서 ‘근미래의 상상력’이라는 경계를 한 번 그려보자는 말씀을 나눴습니다. 이번 공모전에서 근미래에 올 시대적 변화를 상상해보고, 건축과 여행으로 풀어보는 재미난 작업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우리는 국경의 존재를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각국은 빗장을 걸어 잠갔습니다. 이 전염병의 기세는 여전히 등등하며 전 지구인을 하나의 경험으로 묶어내었고, 많은 문화적 변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는 역시 여행이었습니다. 언제든 다른 나라로 하루 만에 날아갈 수 있는 자유가 제약된 뒤로, 우리는 여행의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크게 느끼고 공감하는 세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심사위원과 멘토로 참여한 세 사람이 발견한 가치는 정림학생건축상 2023의 주제이기도 한 국내 여행이자 ‘각자의 여행’입니다. 우리는 우리나라를 새삼스럽게 깊이 들여다보고, 지방 곳곳에 모세혈관처럼 스며드는 여행의 장소를 만들고 소개하는 일을 해오며 보람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지랩이라는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와 스테이폴리오라는 공간 기반 플랫폼을 상상하고 10년간 운영하며 우리는 꽤 도전적인 건축가로 성장해왔습니다. 이 도전의 힘이 공모전에 참여하시는 여러분께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다가올 시대엔 여러분이 각자의 취향을 찾아 떠나는, 다름을 여행하는 주체이자 시공간을 다르게 해석할 주체자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림학생건축상 2023을 통해 여러분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멘토로서 여러분의 근미래, 상상의 공간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 멘토 이상묵(스테이폴리오 대표)
팬데믹 이전의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여행의 붐이 일었고, 우리는 남들이 가보지 못한 장소와 경험을 자랑하고 공유하던 시기에 살고 있었습니다. 관광지 중심의 여행이 아닌, 머무름과 지역의 삶을 살아보는 여행의 추세가 단순히 유행으로 지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여행은 숙박 및 차량 예약 서비스, 퍼스널 모빌리티, 페이(PAY) 서비스 등 핀테크의 발전과 글로벌 플랫폼의 성장을 기반으로 확장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로 인하여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은 전면 금지되었고, 집 밖으로 한 발짝조차 쉽게 내딛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 삶에서 여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규모 있는 리조트와 호텔로의 여행은 감염의 위험과 방역 규제로 여행의 목적지에서 배제되었고, 자연스럽게 국내의 소규모 ‘스테이(Stay)’를 중심으로 프라이빗하고 느린 여행이 대중화 되었습니다.
우리는 취향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마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사소한 것까지도 고르고 관찰하고 가꾸어갑니다. 우리의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지역과 그곳의 이야기,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색다른 경험과 그곳 아니면 할 수 없는 다양한 보물들을 찾아 떠납니다.
어느 순간부터 ‘스테이’는 최근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소규모 숙박 공간을 통칭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마음에 드는 스테이를 고르고 예약하고 여행 당일이 오기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이러한 스테이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컨셉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입니다. 공간의 호스트와 디자이너, 건축가의 감각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각자의 특별함을 내세우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많은 디자이너, 건축가들에게 좋은 작업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둘째, 지역성이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소규모 스테이는 토지가가 비싼 중심 상업지역이 아닌, 여행지와 주거지의 중간쯤 되는 관광지나 상업지의 이면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입지적 특성으로 인해 그 장소만이 가지고 있는 지역성(Locality)을 해석하여 디자인 됩니다.
셋째, 프로그램과 스타일링이 표현된 공간입니다. 스테이는 한두 시간 머물며 인스타그래머블한 촬영만 하고 지나가는 공간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루 이상의 시간을 머물며 디테일을 만지고 보고 경험하며 휴식을 취하고 누리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시간을 보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감성을 녹여낼 수 있는 디테일한 취향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포괄하는 의미로 스테이를 ‘취향거처’라는 단어로 정의하려 합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스테이는 지역 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건축물에 지역성과 프로그램을 섬세하게 녹여냄으로써 여행객들이 스테이를 거점으로 지역에 놀러와 소비하게 하며, 좋은 공간을 다시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이 재차 방문하여 지역이 되살아나게 하는 선순환의 중심에 있게 됩니다. 또한 스테이가 위치한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아가는 스토리텔링부터 그 지역 사람들이 직접 공간을 운영하기도 하며, 지역의 다양한 산물을 제공하며 특별한 경험과 견고한 지역 기반의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여행객들은 그 어느 때 보다 공간의 디자인과 그 공간 안에서의 경험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이 제한되자 숨겨진 지방 도시와 낙후된 구도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우리가 가지고 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지역의 특별함에 눈을 뜨고 있음을 느낍니다.
따라서 이번 공모전을 통해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특별한 의미를 가진 여행지를 발굴해주기를 바랍니다. 여행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여행지도 있겠지만, 사회적 의미를 다룰 수 있는 장소나 색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거나 그 누구도 여행이 될 거라 상상하지 못한 지역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여행지만이 갖는 지역성을 고찰하여 여행의 장소로 제안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10년 뒤, 20년 뒤에는 바로 그곳이 현실의 여행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번 정림학생건축상의 주제는 ‘관점이 있는 여행과 취향이 있는 스테이’라는 일련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경험해본 여행과 숙소에 대한 나열이 아닌, 5-10년 이내의 짧은 미래에 펼쳐질 가능성 있는 여행과 스테이에 대한 경험이 담겼으면 합니다. MZ 세대인 여러분이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며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제안을 통해 선별된 결과물이 심사위원과 멘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 받기를 기대합니다. 멋진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러움과 설레임을 느끼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감정이 커지는 것처럼, 여러분의 결과물이 대중에게 공유되어 제안된 프로그램과 공간만으로도 모두가 여행을 다녀온 듯한 설렘을 느끼고 삶의 영감을 받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릴지, 아니면 풍토병처럼 함께 하는 것이 일상이 될지, 코로나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여행이 갖는 의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우리가 가진 여행의 자원과 여행을 위한 공간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킬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또한 정림학생건축상 2023에 참여하는 세대는 10년 뒤 여행 비즈니스의 가장 큰 타깃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여행에 대한 지금까지의 선입견이 아닌, 여러분들만의 시선과 경험으로 여행을 정의해보기를 기대합니다.
- 심사위원 노경록, 박중현(지랩 공동대표)
여러분은 건축가임과 동시에 기획자이자 브랜드 디자이너이고 운영자이며 또 하나의 이용자라는 것을 염두에 두기를 바랍니다. 모든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바라기보다 특별하고도 많은 사람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와 결과물을 기대합니다. 여러분이 선정하는 여행지는 그 지역만의 특징과 의미가 공감되어야 하며,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에게 기대감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