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도서관

정림학생건축상 2021

세계적인 문호 보르헤스는 독서로 인해 점점 시력을 잃어 갔다. 그래도 계속 책을 읽고 싶어 했던 그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작은 서점에서 일하는 어린 알베르토 망구엘에게 집에 와서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보르헤스의 우주(‘도서관이라고 불리는’)와 함께 자란 그는 작가이자 도서관장이되었다. 그리고 프랑스 시골에 ‘밤의 도서관’을 만들며 그 과정에서의 사유를 책으로 집필한다. 자신만의 도서관을 만들면서 그는 도서관이 개인과 문화 전체의 기억을 어떻게 담아내는지를 고민한다. 세상에 존재했던, 지금도 어딘가 있는, 미래에 생겨날지 모르는 모든 도서관에 대한 질문한다. 망구엘과 같은 태도로, 정림학생건축상 2021은 사회의 변화와 그에 따른 도서관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도서관은 인간의 망각에서 시작된다. 인간의 기억이 책으로 기록되고, 기억이 끝나는 곳에 도서관을 짓는다. 망각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도서관은 반드시 필요한 집이다. 그러나 도서관은 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도서관에 담는 책이 계속 변하고 있다.
시간에 따라서 도서관이란 집에 담는 ‘책’과 ‘정보’가 늘어나고 다양해졌다.
점토판과 두루마리가 아닌 제본된 책이 생겨나면서, 책장에 책을 세로로 꽂을 수 있게 되었으며, 정보는 분류하기 쉬워졌다. 구텐베르그가 출판인쇄의 혁명을 일으키기 전에, 책은 너무나 귀중해서 쇠사슬로 책상 위에 묶어두거나, 이마저 못 미더워서 허가받은 사람만 도서관 서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연재소설이 실린 신문과 잡지, 측량기술의 발달과 전쟁을 통해 발달된 지도가 도서관에 들어왔다. 더이상 ‘종이’ 책일 필요가 없을 때, 필름과 영상이 디지털 책들이 도서관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도서관에서 책장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도서관을 나타내는 ‘Bibliotheque(책을 담는 선반)’ 대신에 ‘Mediatheque(미디어를 담는 선반)’들이 생겨났다. 책장과 책 대신에 디지털로 저장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터미널과 윈도우가 즐비해진 모습들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술이 점점 데이터화 되면서, 문화예술의 아카이브와 책의 아카이브가 통합되기도 한다. 라키비움(library + archive + museum)이라고 불리는 복합문화공간은 더이상 도서관에 담는 정보의 영역을 한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의 ‘라이브러리 파크’, 국립무형유산원의 ‘책마루’, 서울시립미술관의 평창동 분관(2021준공예정)을 보면 도서관은 예술 관련 기관의 탄생과 더불어 진행되고 있다.


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기대 또한 변한다.
도서관이 책을 독점하고 있을 때, 학자들은 이곳에서 책을 썼다.
로마 시대의 학자들은 도서관에서 기거하면서 서가의 책을 읽고 토론하며, 또 다른 책을 썼다. 아놀드 하우저는 낮에 육체노동을 하고 밤에 대영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연작을 집필했다. 칼 마르크스도 마찬가지다. 19세기 계급 혁명의 밑그림인 자본론은 이 대영도서관에서 그려졌다. 한국에서 대학설치 인가를 받으려면 반드시 도서관을 갖추어야 한다. 최근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연구자들을 위한 장기 자리 대여서비스와 참고문헌도움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책의 보고를 담당할 뿐 만 아니라, 연구와 집필의 귀중한 장소인 도서관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은 다양해졌다.
 
기회 균등를 위한 지역 편재라는 도서관의 입지적 특성 때문에, 도서관에 지역사회의 핵심 역할을 지우기도 한다.
런던에서는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을 ‘아이디어 스토어(idea store)’로 경감하고, 재취업을 위한 교육과 돌봄과 같은 지역사회 커뮤니티 센터로 그 역할을 전환했다. 시애틀 중앙도서관은 ‘시민응접실(living room)’이 도서관의 가장 중심부에 있다. 이 도서관 응접실 소파에는 한 켠에 장바구니를 두고 신간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열람실’, ‘서가’ 이외에 ‘동아리방’, ‘커뮤니티 룸’, ‘청소년 방’ 등이 도서관 내부에 등장한다. 얼마 전 완공된 헬싱키 중앙도서관은 ‘책 읽기(reading)’를 넘어서 ‘책을 통해 무엇인가 하기(doing)’를 그 모토로 삼았다. 헬싱키 도서관 안에는 목공실과 메이커 랩, 영화관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역사적으로 책을 매개로 이루려고 한 세상은 하나의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사회가 원하는 그 세상을 위해 도서관이란 책의 집은 그 모양과 구성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밤의 도서관
우리는 지금 지독한 변화를 겪고 있다. 오늘날의 사회는 도서관에게 어떤 역할을 호명할 것인가? 반대로 이 변화 속에서도 ‘나만의 도서관’으로 지키고 싶은 도서관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가능하다.
 
• 판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오지 않은 도서관에 책들만 식물처럼 번식할 것인가? 책을 열람하는 공간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는가? 책들은 더욱 디지털화될까?
 
• 무엇이든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 시대, 개인 미디어의 정보들도 도서관이 아카이브 해야 하나? 아니면, 도서관 자체가 유튜브 플랫폼으로 대체될 것인가? 

• 다양한 독서의 경험은 도서관 건축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나? 도서관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 중 어디까지 디자인 가능한가? 예컨대 서가와 서가 사이의 길을 모험하는 것도 디자인 될 수 있는가?
 
• 망구엘이 이야기하는 도서관과 관련된 15개의 키워드-‘신화·정리·공간·힘·그림자·형상·우연·일터·정신·섬·생존·망각·상상·정체성·집’(모두이던 하나이던) 로 지어올린 도서관은 어떤 모습인가?
 
• 각종 라키비움과 같이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은 점점 더 경계를 잃어가게 될 것인가?  
 
이와 같은 다양한 생각들과 제안으로 만들어질 도서관은 우리가 늘상 마주하던 모습과 조금은 다른 형태의 도서관이 될 것이다. <밤의 도서관>은 이처럼 “다른, 만나보지 못한, 미래의 도서관”에 대한 은유이다.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형태와 프로그램으로 구성될 밤의 도서관은 2025년에 완공될 것이라 상상하면서, 정림학생건축상의 다양한 제안들을 기대해본다. 팬데믹의 상황, 도서관 본연의 가치인 “자료의 보존과 부흥”에 대한 고민 등 다층적인 의미에서의 제안들을 살펴보고, 공유하며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마치 퇴근길에 마트 들르듯이 부담 없이 들릴 수 있는 도서관으로 상상의 방향을 잡았으면 한다.

 

심사위원
및 멘토

이치훈, 강예린 (SoA)
심사위원

이치훈은 연세대학교에서 공부했고, 강예린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에서 공부하고 hANd건축, OMA(로테르담), 협동원에서 실무를 했다. 이치훈과 강예린은 2011년에 정영준과 함께 SoA를 설립했다. SoA는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자로 선정되었고, <지붕감각(Roof Sentiment)>을 통해 2016년 영국 『아키텍추럴 리뷰(Architectural Review)』가 주관하는 Emerging Architecture Award의 파이널 리스트로 선정되었다. 같은 해에 제주 ‘생각이섬’ 프로젝트로 김수근문화재단의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을 수상했다. 강예린은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생산도시’ 섹션의 큐레이팅에 참여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건축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영숙 
멘토 

사립공공도서관인 '느티나무 도서관'의 관장이다. 1999년 '느티나무 도서관'을 만든 이후 지금까지 공공성 확장과 도서관 문화 조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지식과 정보, 문화에 접근할 권리를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도서관의 사명이라 여기며 <낭+독회>, <마을 포럼> 등을 통해 지역 주민과 상호 소통하며 새로운 도서관 문화를 만들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꿈꿀 권리》가 있다. 
 

전체일정

  • 참가 신청: 2020년 11월 9일~2021년 1월 18일 24:00
  • 심포지움: 2020년 10월 24일 (토) 오후 5시 유튜브 링크
  • 주제설명회: 2020년 11월 21일 (토) 오후 5시 유튜브 링크
  • 과제 제출: 2021년 1월 25일~ 2월 5일
  • 1차 결과 발표: 2021년 2월 23일
  • 최종 공개 심사: 2021년 3월 13일 (토) 오후 12시~오후 4시 30분
  • 최종 결과 발표: 2021년 3월 16일 (화) 
※ 코로나19로 인하여 최종 공개 심사에 일반인 참관이 불가능합니다. 정림건축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라이브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junglimfd 
 


1차 과제

주요 내용

• 사이트: 상업시설, 교통, 문화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접근성이 높은 곳
• 규모: 연면적 2,400~3,300㎡ 내외의 대형 규모 도서관
• <밤의 도서관>을 설계, 디자인하는 건축 설계 공모전이며 그 안에 구동될 프로그램도 함께 제시해야함. 
• 프로그램: 사회・기술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함께 서술
 

제출 형식 

48쪽 이상의 제본된 책.  1부. (동일한 내용의 pdf 파일 이메일 접수)
판형: A5 세로 
서체 및 레이아웃 자유 (다양한 변주 가능)
필수 포함 내용: 
 - 목차
 - 표지에 참가번호 기입 (그 외 개인정보 표기 금지) 
 - 자료 출처, 참고 자료는 미주로 표기  

※ 제본의 방식은 심사에 영향을 주지 않음


1) 과제물 우편 접수

- 제본한 과제물 1부  제출
- 참가번호를 표지에 반드시 기입 
- 2월 5일 오후 7시까지 도착하는 제출물에 한해서만 접수 완료
(우체국 등기만 접수 받습니다. 택배, 퀵배송, 방문접수는 받지 않습니다)
-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8길 19 정림건축문화재단
 (우편번호 03044)
- 서류봉투에 넣어서 제출 (박스 포장 금지) *봉투에 주소/이름 표기 가능

※ 우체국 파업으로 인해 제출물 도착이 늦어지는 상황을 대비하여 알려드립니다.
: 등기 발송 날짜(소인 날짜)가 2월 4일인 제출물에 한해서, 늦게 도착하더라도 제출물 인정 가능
: 제출하시는 지역의 해당 우체국에 확인하시어 당일 소인을 받으려면 몇 시까지 접수해야하는지 미리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몇몇 우체국의 경우 2월 4일에 접수했으나, 오후 5시가 넘어가면 2월 5일로 소인이 찍히기도 합니다) 

2) 과제물 이메일 접수 

  • 우편 제출물과 동일한 내용의 PDF 파일
  • 2월 5일(자정)까지 도착하는 제출물에 한해서만 접수 완료 
  • 파일명 [2021-00000.pdf] 
  • 이메일 제출처: award@junglim.org

※ 우편, 이메일 제출 모두 완료되어야만 정상 접수로 인정됩니다.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과제 제출 확인 관련: 우편물/이메일 확인 소요시간이 걸리므로 우편 도착예정일 오후 7시 이후에 웹사이트 진행단계에서 제출여부 확인 바랍니다. 

최종 공개심사

  • 1차 심사 통해 선정된 팀은 최종 공개 심사에 진출합니다.
  • 선정된 팀에 한해서만 최종 심사용 디지털 파일을 제출받습니다 (PDF, PPT파일 )
  • 1팀 당 7분 이내의 발표 후 심사위원의 질의응답을 거쳐 대상 5팀과 입선팀이 가려집니다.
  • 윈도우에서 구현 가능한 PPT 혹은 PDF 파일 그 외 효율적인 프레젠테이션에 필요한 방법도 활용 가능
       (동영상, 스케치업 등) 단, 모형은 받지 않습니다. 

Arcade Field

자본화된 도시공간에서 문화는 사회적인 특수성을 가진 계층의 공간을 중심으로 양산된다. 파편화된 도시의 공간은 여가 혹은 문화라고 지칭되어 있는 모든 소비 활동을 수용하는 것으로 점철된다. 스타필드와 같은 거대한 쇼핑 컴플렉스는 단순히 소비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복합공간의 성격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일정 규모를 초과한 거대한 스케일의 공간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특수한 현대 도시의 징후를 드러낸다. 현대의 도시공간이 스펙터클 화 되어 화려 질수록, 도시에는 상상력이 부재한다. 도서관은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자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세계다.
수없이 범람하고 있는 정보가 꿰여 있는 책은 지난 인류 문화의 생태계다. 듀이 십진법의 분류로 도서관에 배열된 무수한 책이 수집돼 정의되는 것으로 도서관의 공간은 새로운 문법을 가진다. 도서의 분류 기준인 듀이 십진분류법의 체계를 공간의 패턴과 일치시키는 것으로 책에 부여된 수의 기저에 놓인 은밀한 규칙이 작동하는 공간이 탄생한다. 방향키처럼 설정된 서가의 조합과 홀수-짝수를 번갈아 가는 수열의 조합에서 책을 찾는 수많은 경험이 증폭된다.

월간 도서관

도서관은 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매 순간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요구에 직면해 왔다. 
오늘날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경험할 수 있는 도서관에서 무한한 배움의 즐거움을 꿈꾼다. 월간도서관에는 이 믿음이 현대에 맞게 조정되어 투사된다. 
우리는 과거를 주시하여 미래를 예상하며 ‘지금, 여기’를 포착해낸다. 
월간도서관의 미래는 현재의 반복이며, 이는 결코 동시대에 요구되는 즉흥적인 문제해결이 아니다. 도서관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 걸음만 내디디면 책이 있다

서울의 오래된 동네에는 틈이 많다. 거리를 따라 늘어선 상가 사이, 주택 사이, 최소한의 간격만을 서로 띄워 사람들의 일상이 늘어서있다. 이 사이사이에 책이 있으면 어떨까 상상했다. 
미용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잠깐 한 장, 커피를 마시며 한 장, 의사선생님께 진료를 받기 전 한 장.
이를 위해 일상적 도시조직에 도서관을 침투시켰다. 대로변에는 입면이 서로 다른 상가가 줄지어 있고 그 사이 서가가 있다. 밖에서는 12개의 개별적인 건물들이 붙어있는듯 보인다. 반대편에는 학교를 마주하는 대공간이 있고 세 층에 걸쳐져 도시의 마당이 된다.

유령 도서관

코로나로 인해 과거에 보이지 않았던 디지털 격차들이 눈에 잘 보이게 되었고, 특히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더욱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공공도서관은 경제적 이유로 도시의 외곽에 있다. 우리는 자율주행시대의 도래에 따른 교차로의 변화를 통해 ‘도심 속 0원 대지'를 이용한 공공도서관을 제안한다.

도시를 유령처럼 떠돌아다니는 의자들을 통해 누구의 사유지도 아닌 공유 공간의 가능성을 보았다. 집 앞, 골목, 공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하는 모빌리티들은 도시와 사람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 상호작용 할 수 있을 것이다. 

In Bloom

 도서관의 지향점은 지역 공동체의 감각과 흔적을 담는 영역을 만드는 것이다. 영역의 경험은 세 갈래로 떠올릴 수 있다. 사이트의 흐름 속에 있는 공간으로서 책과 공동의 기억을 담는 ROOT. 마을로 흘러나온 개인의 영역들과 겹쳐진 시공간의 흔적을 공유하는 STEM. 공동체에서 비롯된 감각을 개개인에게 파고들게 하는, 사이트의 건축적 요소인 SEED. 사람들은 영역을 거닐며 각자의 도서관을 만들고, 그들의 일상은 비일상적 감각으로 채워진다.
 도서관은 공동체의 흔적을 품은 뿌리가 되고, 그 흔적을 담은 나이테를 가진 나무는, 자라나고 숲이 되어 마을에 스며든다. 그렇게 도서관은 우리를 기억하고, 우리는 도서관을 감각한다.
 

Living Library

도서관은 더이상 ‘책’이라는 매개에 구속되지 않는 ‘지식 활동’ 즉, 지식을 매개로 하는 모든 활동을 공유하는 공공시설이 되어야 한다.
물리적 구속이 당연하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왜 여전히 모든 활동을 '단 한 곳'에 집약하려고 할까. 『Living Library』는 서울 홍대앞 동교로를 따라 분산된 거점형 도서관으로, 그 세 지점이 주거와 결합한 형태의 도서관이다. 개인과 공동체는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다. 사유와 공유 사이의 경계-도서관과 주거의 경계-를 조절할 권리를 사용자에게 돌려줄 때, 공유 공간은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상상해보자.
매일 지나는 골목 끝에 책장이 있다면?
내 책장이 누군가의 도서관이 된다면?
아니, 불 꺼진 도서관 서가를 내 거실로 들인다면?  

최종 심사평

SoA (심사위원)

글과 집을 함께 짓는 공모전을 기획한 이유는 집을 짓는 행위가 글을 짓는 행위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에서다. 주제를 궁리하고, 글의 구조를 세우며, 그에 따른 내용을 채우고, 문장과 표현을 고민하는 글쓰기는, 건축 행위의 닮은 꼴이다. 건축도 구조가 있고, 장면이 전개되며, 디테일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는 이 공모전을 통해서 글의 호흡과 건축의 호흡을 섞어가면서 ‘짓다’라는 단순한 단어가 딛고 있는 생각보다 긴 과정을 학생들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랬다. 책과 건축이 가진 시간성을 이해하기를 바랬고 이를 통해 작업 결과물의 집합으로서 포트폴리오의 형식을 넘어서는 생각의 구조가 가진 참신함을 발견하고자 했다.
 
‘정림학생건축상’을 심사하면서 글로 지어 올린 수백 채의 집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일부는 ‘책’이라는 제출형식을 ‘포트폴리오’로 대체하긴 했지만, 많은 결과물이 출판을 해도 부족함이 없는 책으로 완성되었다. 며칠을 돌려가며 책을 읽었으며, 수많은 밤의 도서관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도서관의 위치를 선정하는 과정에는 이미 도서관의 역할이 어떠해야 한다는 관점이 내재해있다. 도서관의 입지를 고민하면서, 제출자들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하여, 그 자리에서 도서관이 수행하게 될 역할을 기대하는 연장선에서 건축적 제안을 펼쳤냈다.
 
입지에서 비롯된 도서관 건축은 크게 마을이나 블록 전체의 경관을 바꾸는 면적인 제안, 고밀도의 번화가에 대한 입체적 개입의 형태, 지하철이나 고가도로와 같은 기반시설과 결합하여 도시공간의 연속성을 회복하는 제안, 공원 나무 및 식물과의 적극적인 연계, 특정한 건축 유형을 참조한 리노베이션 계획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제일 많이 선호한 도서관 자리는 상업업무가 밀집된 번화가이다. 아마 현실 세계에서 도서관을 찾아보기 어려운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업공간의 거대한 내부 통과 동선을 이용하거나 도시를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전략들이 선보였다.
 
저층의 선형 상가 블록, 다세대 다가구 밀집 마을의 곳곳, 다세대나 연립과 같은 마을단위의 일상에 대한 개입도 자주 눈에 띄였다. 미술관, 병원, 상업시설 등 기능 위주의 프로그램보다는, 도시 안에서의 일상적인 경관을 특정 주제의식을 통해 변화시키고자 하는 근래 건축학교 커리큘럼의 영향으로 보여진다.
 
지하철과 같은 도시의 기반시설에 개입한 시도들은 기대한 것보다는 조금 아쉽게 끝났다. 기반시설이 갖는 필연적인 면모 즉, 통과동선으로서의 짧은 시간성에 대한 개입이나 분석 보다, 도시를 단절시키는 인프라의 형태적 개선에 대한 제안이 다수였던 것이 아쉽다.
 
입지로부터 자유로운 도서관의 제안도 있었는데, 자율주행과 같은 모빌리티 기술이 일상화되기까지 멀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스마트폰으로 가능해진 초연결성의 사회에 도서관의 변화에 대한 질문으로 유효하다.
 
많은 제안이 도서관의 위치로부터 출발하여 장소와 맥락, 시대에 따라서 도서관의 이용자, 형태, 운영의 방식, 도서관이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와 형태를 논리적으로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제안된 많은 아이디어들이 같은 유형으로 분류될지언정 다양했다. 모든 도서관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어떤 도서관도 고정되거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정림학생건축상에 제출된 제안은 도서관의 다양성에 대한 “질문의 책”이다. 도서관이 도시와 건축의 측면에서 공공성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천해볼 수 있는 장이라는 전제 위에 이 제안들은 우리 사회 도시 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제안들이 다양한 만큼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는 “도서관=공공성”에 대한 지속적 탐구의 열린 가능성이기도 하다.

박영숙 (멘토)

<밤의 도서관> 심사 참여는 행운이었습니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설득력있는 작업들에 연신 감탄했고, 도서관 현장에서 바라던 일들이 현실로 구현되겠다는 설렘으로 선물을 받는 것만 같았습니다. 먼저, 편집 디자인부터 설계를 글로 풀어낸 문학적 서사에 드로잉, 제본까지, 책으로 엮은 작품들의 수준에 압도되었습니다. <In Bloom> 같은 작품들을 보면서, 도서관에서 건축분야 자료를 ‘기술과학’으로 분류할지 ‘예술’ 코너에 둘지 고민하던 까닭을 알 것 같았지요.

더 놀랍고 반가운 건 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단단한 문제의식과 사유의 깊이였습니다. 매체의 발달과 사회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팬데믹 상황까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가파른 변화의 요구에 맞닥뜨린 도서관들의 고민을 건축학도들의 작품에서 오롯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축적과 저장에서 활용과 창작으로, 정보의 수용자에서 생산자로의 변화를 지향하며 탐구한 과정들은 지식을 서고에서 꺼내 일상의 삶 속에서 작동하도록 만들 방법을 찾는 도서관 현장에 자극과 영감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화, 공유와 사유의 경계, 상호작용과 몰입처럼 묵직한 질문으로 출발한 다수의 참가자들은 유연함과 확장, 열림과 포용, 분산과 융합 같은 키워드들을 건져올려 도서관이 무엇이어야 하고 무엇일 수 있는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구체화시켜 주었습니다. 갈수록 도서관에서 몫이 커지는 아카이브에 주목한 작업이 많았던 점도 반가웠습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공모전에 생기를 불어 넣었습니다. 자율주행 도래에 따른 교차로의 변화에 착안해  ‘도심 속 0원 대지’라는 유쾌한 베팅까지 시도한 <유령 도서관>의 모빌리티 유닛, 집의 거실과 도서관 열람실을 절묘하게 접속시킨 <Living Library>, 책이 공간을 가로질러 흐르면서 우연한 만남을 빚어내도록 고안한 <도서관 편집자>의 책배관, 책자 형태를 요구한 공모전의 조건을 ‘잡지’로 풀어내는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일상의 필요에 반응해야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월간’이라는 개념으로 은유한 <월간 도서관> 등은 수 년 내에 꼭 마주하게 될 어느 도서관의 시뮬레이션 같았습니다. 

사이트 선정 과정에서도 사유의 밀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지역을 해석하고, 과감하면서도 공감되는 원칙들을 세워 사이트를 선정한 <Living Library>는 도서관을 계획하는 데 유용한 실마리들을 제공했습니다. 접근성만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까지 조사해 지금 그곳에 깃들인 사람들의 관계망을 매개하고자 한 <1분 미리듣기>, <한 걸음만 내디디면 책이 있다> 같은 작업들은 ‘고객개발’을 고민하는 도서관들에게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줄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공원일몰제에 착안한 <Media Park>는 여러 지자체에서 채용할 만한 정책대안으로 보였고, 핫플레이스를 새로운 시선으로 변신시킨 <수열이 지배하는 공간>은 당장 시공하면 좋겠다는 욕심이 들게 했습니다.

아쉬움이라기보다는 희망사항을 덧붙인다면, 도서관의 일상에서 실재하고 또 일어날 수 있는 역동이 좀 더 구체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연겨푸 제시된 지식의 순환과 생산, 다양한 사람들의 교류와 협업을 실제로 북돋울 수 있도록 자료의 배치와 관리, 동선 계획 등 도서관 이용과 서비스에 필요한 요소들을 보완하여 발전시키는 아이데이션 과정을 기대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공모전을 ‘발제’ 삼아 건축학도들과 사서들이 함께하는 토론과 스터디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그 만남은 낮의 도서관을 지배했던 ‘질서’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사위가 어둑해진 ‘밤의 도서관’에서 열어봐도 좋겠습니다.

수상작 선정을 곤혹스럽게 만든 작품들이 아까워 도서관에서 전시를 하고 싶다고 청했습니다. 흔쾌히 허락해주신 재단에 감사드리며, 건축학도와 사서, 시민들의 만남에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 봅니다. 기량만 겨루는 공모전이 아니라, 선후배들이 경험과 지혜를 나누며 함께 주제를 탐구하고 성장하는 과정으로 설계한 정림학생건축상의 시스템, 도면 대신 책이라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내주신 기획자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이 무력한 기성세대의 청년들에 대한 걱정과 안쓰러움을 믿음과 기대로 바꿔준 모든 참가자들께  힘찬 응원을 전합니다.

참가자격
및 시상

참가자격 

  • 국내외 대학/대학원 재/휴학생(전공불문), 개인 혹은 팀 모두 가능합니다. (1팀 최대 3인)
  • 참가팀 구성은 건축과 도시 전공자 외에도 인문 사회, 과학, 경제, 순수미술, 디자인 등 모두 가능하며 다양한 전공 간의 협업을 권장합니다.
  • 참가등록 당시 학생 신분 혹은 입학 예정을 증명할 수 있는 자 모두 참가 가능하며, 입학 취소자는 추후 수상에서 제외됩니다.
  • 참가팀 정보 수정은 온라인 참가 신청 마감인  2021년 1월18일 *요일 자정까지 가능하며, 이후 팀원 추가 및 변경 불가합니다.

시상 

  • 대상(6팀): 각 팀에게 상장과 300만원 (정림건축 입사 지원 시 가산점 부여)
  • 입선(다수): 상장과 기념품 

 

참가비 결제시 유의사항 

  • 홈페이지 상단에서  정보 등록 완료 후 입금 
  • 참가비 입금 또한 참가신청일과 동일하게 1월 18일 당일 자정까지 완료되어야 합니다. 
  • 참가비 납부: 1팀 당 6만원 (환불불가, 반드시 팀장 명의로 입금)
  • 하나은행 162-910013-41704 (예금주 재단법인 정림건축문화재단)
  • 납부한 참가비는 환불 불가합니다. 
  • 반드시 팀장 이름으로 입금해야 합니다. 
  • 입금명 또는 메모에 팀장명+휴대전화 마지막 번호 2개로 보내주시면 보다 신속하게 확인처리 됩니다.   (예: 팀장명 - 홍길동, 전화번호 - 010 1234 5678이면, "홍길동78") 

유의사항

유의사항

  • 모든 제출자료는 참가번호만 명시해야 합니다. (학교 등 개인정보 명시 금지)
  • 우편물 제출시 봉투에 주소, 이름을 쓰는 것은 괜찮습니다.
  • 주요 일시 및 장소가 변경되는 경우 이곳 웹사이트에 사전 공지되므로 수시로 확인바랍니다.
  • 입금 및 과제 제출 확인은 웹사이트 로그인 후 진행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등록 및 문의 

www.junglimaward.com
03044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8길 19
TEL_02 3210 4992 hyun@junglim.org

*점심시간(12:00-13:00) / 주말, 공휴일에는 통화가 어렵습니다.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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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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