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석
저는 정림학생건축상이라는 자리가 미래의 훌륭한 건축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어찌보면 개인적인 무언가를 경쟁시키고 선정한다는 의미보다, 공동의 관심사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문제 의식 함께 고민해볼 수 있다는게 뜻깊다고 생각한다. 공동의 문제의식에 대해서 충분한 리서치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이 참 훌륭하다고 생각했고, 오늘 최종 심사를 하면서 한강 하구부터 저 위까지 정말로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앞서서 말한 바 있지만, 각 제출물들이 빅데이터 시대임을 반증하듯이 어마어마한 양의 리서치를 바탕으로 하여 놀라웠다. 학생 공모전이나, 실제로 구현되지 않는 페이퍼 아키텍쳐같은 공모전 심사 경험이 많은데 그럼에도 이번 공모전이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은 이러한 엄청난 분량의 리서치를 바탕으로 하는 200여개의 제출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심사는 누가 가장 제출물을 잘 만들었고, 몇 개가 뽑혔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이나, 사회 안에서 건축만이 가지는 능력이 다양한 것처럼, 다가오는 평화 협력 시대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준비 작업을 다양하게 모색해봤다는 것, 단체로 다함께 미래를 위한 오늘을 점검해보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안창모
이번 공모전 주제는 제가 도시와 건축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끝까지 가지고 가야할 주제구나’ 생각했던 커다란 그림 속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만큼 이번 공모전이 학생들에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음에도 많이 지원하고 또 각자의 제안을 펼쳐주어서 놀라웠다. 이렇게 받는 각양각색의 제출물들을 보면서 학생들에게도 굉장히 좋은 기회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이 강화된 것은 다름 아닌 코로나 19사태 때문이다.
50대 중반을 넘어선 우리 세대에게 대한민국과 선진국이란 조합은 낯설다. 개발도상국이라는 표현, 혹은 중진국 정도가 익숙한 세대였다. 선진국이라고 하면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되어야 하지만 문화적으로 높이 발전해있어야 한다고 보았을 때 특히 건축은 뭔가 더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선진국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보다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 속에서 그만의 방법과 기준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나라가 곧 선진국이라고 생각해보았을 때 지금 우리는 우리만의 방법을 모색 중인 것 같다.
과거를 복기해보면, 우리는 학교에서 건축 설계를 하던 어떤 프로젝트에 임하면 사례조사를하곤 했는데 주로 외국의 좋은 것들을 사례로 삼아서 진행을 해왔다. 자화자찬같지만 이번 <평화 협력 시대, 한강의 비전> 주제가 좋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다른 나라의 것을 참고할 수 없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주제이고, 우리가 고민하고 해법을 제안해야만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통해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를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고민 속에서 풀어내는 기회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학생들도 고민을 많이 했겠지만 심사위원인 우리도 깊이 고민해봤어야 할 만큼 “우리만의 고유한” 공모전이었기에 뜻깊었다. 참여했던 학생 여러분께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전하고 싶다. 모두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